미국은 차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 대중교통이 얇은 오렌지카운티에선 이사 오자마자 차부터 구해야 하는데, 처음 사는 사람에겐 딜러도 흥정도 서류도 다 낯설다. 한국처럼 정찰제가 아니라 같은 차도 사는 사람마다 값이 다르게 나가는 구조라, 모르면 그만큼 더 낸다.
우리도 그랬다. 미국 온 지 얼마 안 돼 차가 급했는데 하필 코로나 끝물이라 딜러들이 차값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팔던 시기였다. 한국 브랜드도 기본 5천 불쯤 프리미엄이 붙었고, 원하던 텔루라이드는 물량이 없어 못 구했다. 결국 혼다 파일럿을 4만6천 불쯤에 샀는데, 흥정할 여지도 선택지도 없었다. 그런데 겪고 조사해 보니, 처음 사는 사람이 진짜 막히는 건 흥정이 아니라 그 앞이었다 — 미국 크레딧이 없는데 오토론이 되나. 거기서부터 순서대로 푼다.

크레딧이 없는데 오토론이 되나 — 경로 4가지
결론부터. 차 구매와 DMV 등록 자체는 SSN을 요구하지 않는다(시민권·체류와 무관). 진짜 관문은 대출인데, 미국 크레딧이 0이어도 길이 있다.
크레딧유니온 신규회원 대출 — 대형은행보다 문턱이 낮고, 뒤에 볼 딜러 마크업이 없다. 첫 차라면 여기부터.
한국 신용 이관(Nova Credit) — 한국 신용기록을 미국식으로 "번역"해 pre-qualify에 쓰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단 받아주는 대출사가 제한적이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ITIN 오토론 — SSN 대신 ITIN으로. 다만 "ITIN도 OK"를 크게 광고하는 딜러 상당수가 서브프라임 고금리 채널이라, 되는지보다 금리를 따로 따져야 한다.
공동서명(co-signer) — 크레딧 있는 사람이 함께 서면 조건이 좋아진다(대신 연체 시 그 사람 크레딧도 타격).
크레딧 쌓는 순서 자체가 궁금하면 크레딧 500 → 760 올린 순서에 정리해뒀다.
딜러 이자가 왜 크레딧유니온보다 비쌀까 — 딜러 리저브
딜러가 대출을 붙여주면, 대출사는 딜러에게 도매금리(buy rate)를 준다. 딜러는 여기에 보통 1~2.5%p를 얹어(마크업) 손님에게 제시하고 그 차액을 매달 챙긴다. 이게 자동차 사업에서 제일 남는 부분 중 하나인 '딜러 리저브'다. $35,000·60개월 기준 6.5% vs 8.5%면 총이자가 약 $2,000 차이인데, 그게 순전히 "대출을 붙여준 값"으로 딜러에게 간다. 크레딧이 얇을수록 이 마크업이 크게 붙는다.
그래서 크레딧유니온 사전승인(마크업 없는 실금리)을 손에 쥐고 가는 게 무기가 된다. 우리는 차가 급해 사전승인 없이 딜러 파이낸싱으로 갔는데(이자 6~7%대) — 지금이라면 사전승인부터 받아 딜러 제시 금리와 맞대보고 낮은 쪽을 골랐을 것이다. 사전승인은 보통 30~60일 유효하다.
협상은 OTD 총액으로만
매장부터 가서 "월 얼마" 이야기에 말리면 진다. 협상은 차값도 월 납입도 아니라 OTD(out-the-door) 총액 — 세금·등록·모든 수수료까지 포함한, 내가 최종적으로 내는 단 하나의 숫자로 한다. 딜러가 "월 얼마 생각하냐"고 물으면 "OTD로 얼마냐"로 되받는다.
OTD에 뭐가 붙나 — 세금은 딜러 위치가 아니라 내 등록지 기준
차값에 이것들이 얹혀 최종가가 된다. 여기서 잘 모르는 포인트 하나 — 세일즈택스는 딜러가 어느 카운티에 있든, 내가 차를 등록하는 거주지(카운티) 세율로 매겨진다. 세율 낮은 옆 카운티 딜러에서 사도 절세가 안 된다.
| 항목 | 성격 |
|---|---|
| 차량 협상가 | 협상 대상 |
| 판매세(sales tax) | 정부 — 못 깎음. 내 등록지(카운티) 세율(캘리포니아 대개 7.75~10.75%) |
| 등록·타이틀(DMV) | 정부 — 못 깎음 |
| 서류비(doc fee) | 캘리포니아 $85 상한(법) — 그 이상 불법, 아래로는 협상 가능 |
| 애드온(VIN 각인·질소·페인트·GAP 등) | 협상·거부 대상 |
즉 세금·등록은 어디서 사든 같고, 실제 승부는 차량가와 애드온에서 난다.
계약서 마지막에 붙는 것들 — 애드온 원가와 거절법
계약 막판에 슬쩍 붙는 애드온은 원가 대비 청구가가 크다. 대표적인 것들:
| 애드온 | 실제 |
|---|---|
| VIN 에칭 | $200~400 청구 — 새 차엔 이미 VIN이 있고 DIY 키트는 $20~30 |
| 질소 충전 | $100~300 — 일반 공기도 78%가 질소라 체감 미미 |
| 페인트 보호 | 원가 $20~50 실런트를 $500~1,500에 |
| GAP 보험 | $500~1,200 — 유용할 때도 있지만 내 자동차 보험사 GAP가 더 싼 경우가 많다 |
거절법은 간단하다. 계약서에서 원치 않는 항목을 짚고 "이 항목은 빼주세요(Line Item Deletion)"라고 하면 된다. 딜러는 애드온 가격을 계약 전에 밝혀야 하고, 동의 없는 항목을 청구할 수 없다(법). 안 빼주면 다른 딜러로 가면 된다.
흥정은 이메일로 — 발품보다 유리하다
제일 편하고 유리한 방법은 매장 대면이 아니라 이메일이다. 같은 차를 파는 여러 딜러의 인터넷 세일즈 매니저에게 "이 트림으로 OTD 총액을 서면으로 달라"고 보내고, 견적이 모이면 최저가를 다른 딜러에 보여주며 맞추게 한다. 영어 대면이 부담스러울수록 이 방식이 낫다 — 감정 싸움 없이 숫자만 비교된다.
솔직히 우리는 첫 차 때 흥정을 거의 못 했다. 차가 급해 매물 있는 곳을 찾아 샌디에고까지 내려가 샀다. 그런데 겪어 보니 딜러마다, 같은 브랜드라도 지점마다 값 편차가 꽤 크다. 그래서 다시 산다면 여러 딜러에 이메일부터 돌릴 것이다. (참고로 테슬라 같은 직판 브랜드는 딜러 재량이 없어 앱으로 정찰 구매라 협상 자체가 없다 — 우리 두 번째 차가 그랬다.)
새 차·인증중고(CPO)·개인거래 — 뭐가 맞나
"인증중고(CPO)"는 같은 말이라도 둘이 완전히 다르다. 제조사(팩토리) CPO는 제조사 기준을 통과하고 보증이 브랜드 전 딜러망에서 유효하며 신차 보증 연장이 붙는다(그 브랜드 프랜차이즈 딜러만 판매). 반면 딜러 CPO("우리가 인증")는 기준이 훨씬 낮고 보증이 그 딜러에서만 유효할 수 있다. "CPO니까 안심"이 아니라 어느 CPO인지를 확인해야 프리미엄 낼 값을 한다.
개인 거래(private party)는 대체로 싸지만 'as-is'라 리스크가 크고, 셀러가 최근 스모그 증명을 줘야 한다. 하나 더 — 딜러가 아니라 세금을 등록할 때 DMV에 use tax로 직접 낸다(세일즈택스와 동률). 단 가족 간(부모·자녀·조부모·손주·배우자·형제) 이전·증여는 REG 256으로 use tax가 면제된다. 명의 이전 기한도 있다(구매자 10일·셀러 5일). 처음이라면 딜러 중고가 마음 편하지만, 지인·가족 매물이면 이 면제가 크다.
리스 vs 구매는 — 리스는 월 납입이 싸고 몇 년마다 새 차를 타지만 소유가 아니고 연 주행거리 제한이 있다. 오래·많이 탈 거면 구매, 짧게 바꿔 탈 거면 리스가 일반적이다.
사고 나서 — 보험과 등록
차를 몰고 나오려면 보험이 먼저 들어가 있어야 한다. 픽업 전에 보험을 잡아둬야 하는데, 신규 이민자 보험료를 낮추는 법은 미국 자동차 보험에 따로 정리했다. 등록·타이틀은 보통 딜러가 대행해 임시 번호판을 주고, 정식 등록증·번호판은 우편으로 온다. 이후 갱신·주소 변경은 캘리포니아 DMV 차량 등록 쪽을 미리 봐 두면 헤매지 않는다.
딜러에서는 OTD 가격만 놓고 비교할 것
순서는 이렇다 — 크레딧유니온 사전승인으로 이자율을 쥐고 → OTD 총액으로만 협상 → 여러 딜러 이메일 비교 → 애드온은 Line Item Deletion으로 거절. 세금·등록은 못 깎지만(그것도 내 등록지 기준) 차량가와 애드온은 얼마든 줄어든다. 크레딧이 없어도 대출 길은 있으니 금리만 잘 비교하면 되고, 몰고 나오기 전 보험은 반드시 미리.
세율·doc fee 상한·대출 이자율·애드온 가격은 시기·카운티·딜러·개인 신용에 따라 다르고, Nova Credit·ITIN 대출은 받아주는 곳·조건이 회사마다 다르다. 구체적인 숫자는 계약 전 딜러·대출기관과 캘리포니아 DMV 같은 공식 기관에서 확인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