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아이 은행 계좌를 언제, 어떻게 열어줘야 하는지 아무도 안 알려준다. 나도 그랬다. 그냥 막연히 "좀 더 크면 만들어주지"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애가 벌써 11학년이었다. 얼마 전에야 체이스에서 계좌를 열어줬는데, 막상 해보니 진작 해줄걸 싶었다.
아이 계좌는 사실 세 종류다
막상 알아보니 '아이 계좌'가 하나가 아니었다. 목적이 다른 세 가지가 있는데, 이걸 구분 안 하면 헛다리를 짚는다.
| 종류 | 소유·관리 | 목적 |
|---|---|---|
| 틴 체킹(teen/high school checking) | 부모·자녀 공동, 자녀가 주 사용자 | 용돈·데빗카드로 돈 관리 연습 |
| 커스터디얼(UTMA/UGMA) | 법적 소유자는 아이, 부모가 관리 | 아이 명의로 목돈·자산 이전 |
| 어린이 저축(kids savings) | 부모·자녀 공동 | 저축 습관 |
내가 연 체이스 하이스쿨 체킹은 첫 번째, 돈 관리 연습용이다. 목돈을 아이 명의로 넣어두려는 거라면 얘기가 다르다 — 커스터디얼(UTMA)은 한국식 '아이 통장'과 결정적으로 달라서, 한번 넣으면 되돌릴 수 없고(irrevocable) 아이가 성년(주별 18~21세)이 되면 용도 제한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그 세금·학자금 문제는 아래에서 따로 짚는다.
은행마다 크레딧(보너스)을 준다
알고 보니 은행마다 청소년 계좌를 열면 일종의 가입 크레딧을 준다. 오퍼 코드를 받아서 개설하는 식인데, 내가 개설할 때 체이스는 125불을 줬다. 시티 같은 다른 은행은 더 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차피 만들어줄 계좌라면, 이왕이면 크레딧 챙기면서 여는 게 이득이다.
내가 연 건 체이스 하이스쿨 체킹(Chase High School Checking)이라는 13~17세용 계좌다. 알기로는 이 계좌는 따로 유지비(월 수수료)도 안 든다. 공짜로 만드는 데다 유지비도 없고 보너스까지 주니, 늦게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었다.
부모 계좌에 묶인다
여기서 처음 알게 된 게 있다. 이 계좌는 부모가 공동 소유자로 들어가야 하고, 부모가 이미 체이스 체킹 계좌를 갖고 있어야 열린다. 그리고 그 부모 계좌에 아이 계좌가 연결되는 구조다.
나도 내 계좌에 아이 계좌를 묶었다. 그러니까 부모가 체이스를 안 쓰고 있으면, 부모 계좌부터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이건 미리 알고 가면 헷갈리지 않는다.
아이랑 같이 은행에 가야 한다
이게 제일 번거로웠다. 예약을 잡고 서류를 챙겨서 아이와 부모가 같이 지점에 가야 된다. 온라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아이도 신분증을 챙겨가야 하고, 부모도 반드시 동석해야 한다.
서류는 내 경우 안내받기로, 영주권자는 영주권 카드만 가져가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현재 거주지 유틸리티 계약서 같은 게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건 지점이나 상황마다 다를 수 있으니, 가기 전에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한 번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걸 권한다. 괜히 갔다가 서류 부족으로 헛걸음하면 또 시간 맞춰 같이 가야 하는데, 그게 진짜 일이다.
개설 자체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래도 넉넉히 한 시간쯤은 잡는 게 좋고, 미리 은행원과 예약을 잡아두면 기다리지 않아서 편하다. 아이 학교 끝나는 시간이랑 맞춰서 같이 움직이는 게 제일 신경 쓰였다.
데빗카드와 125불 받는 법

계좌를 열면 아이 이름으로 데빗카드를 발급해준다. 요즘 애들답게 카드 실물보다 애플페이에 연결해서 쓰면 편하다.
앞서 말한 그 가입 크레딧을 받는 오퍼 코드는 각 은행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
단, 이 125불은 그냥 주는 게 아니다. 데빗카드로 최소 5번 결제를 해야 받을 수 있다. 정해진 기간(개설 후 60일) 안에 다섯 번 쓰면 되고, 조건을 채우면 보름쯤 뒤에 아이 계좌로 125불이 들어온다. 소소하게 편의점이나 앱에서 몇 번 쓰면 금방 채워진다.
하나 주의할 건, 개설하고 너무 빨리 계좌를 닫으면(6개월 이내) 받은 보너스를 도로 회수해 간다고 한다. 어차피 오래 쓸 거라 상관없었지만, 보너스만 받고 닫으려는 생각이면 안 된다.
대학생이 되면 어떻게 되나
은행원이 알려주길, 이 하이스쿨 계좌는 아이가 일정 나이(만 19세)가 되면 일반 계좌로 자동 전환된다고 했다. 대학생이 되면 보통 대학생용 계좌로 옮기고, 그때부터는 아이가 본인 계좌를 직접 관리하게 되는 흐름이다. 지금은 내 계좌에 묶여 있지만, 결국 독립 연습인 셈이라 생각하니 늦게라도 열어주길 잘했다 싶었다.
체이스가 아니어도 — Capital One MONEY 같은 대안
체이스 하이스쿨 체킹은 부모가 체이스 계좌를 갖고 있어야 열린다. 부모가 체이스를 안 쓴다면 Capital One MONEY Teen Checking 같은 대안이 있다. 알아보니 더 어린 나이(6~8세)부터 되고 이자도 붙으며, 부모가 데빗카드 잠금·용돈 자동이체·인출 한도를 앱에서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은행마다 개설 연령·수수료·기능이 다르니, 부모가 이미 쓰는 은행부터 확인하고 없으면 이런 틴 전용 계좌를 비교해 보면 된다.
크레딧은 언제 시작해줘야 하나 — 어소라이즈드 유저
계좌만큼 중요한 게 아이 크레딧이다. 대학 기숙사·첫 카드·아파트 렌트 때 크레딧이 없으면 아이도 똑같이 고생한다(나도 그랬다 → 크레딧 밑바닥에서 올린 순서). 가장 흔한 시작법이 부모 신용카드에 아이를 어소라이즈드 유저(authorized user)로 추가하는 것인데, 함정이 하나 있다. 발급사가 미성년 어소라이즈드 유저를 신용국에 보고하지 않으면 크레딧이 안 쌓인다(체이스는 미성년은 보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카드사에 "미성년 어소라이즈드 유저도 신용국에 보고되느냐"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온타임 납부·낮은 사용률이면 도움이 되지만, 연체하면 부모·자녀 점수가 같이 깎인다.
목돈을 모아줄 땐 세금과 학자금을 먼저 봐라
아이 명의로 목돈(커스터디얼 UTMA)을 넣을 생각이라면 두 가지를 알고 시작해야 한다.
키디 택스(kiddie tax) — UTMA에서 나온 이자·배당은 일정액을 넘으면 그 초과분이 아이가 아니라 부모 세율로 과세된다. 한국식 '아이 통장에 목돈'으로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다.
대학 학자금(FAFSA) — UTMA는 학생 자산으로 잡혀 학자금 심사에서 크게 불리하다(같은 돈이 부모 명의 529면 훨씬 유리). 대학 자금이 목적이면 UTMA보다 529를 먼저 검토하는 게 낫다.
정확한 금액·기준은 해마다 바뀌니, 목돈 규모가 크면 세무·학자금 쪽을 한 번 확인하고 넣는 게 안전하다.
자녀 계좌 개설 정보 요약
계좌: 체이스 하이스쿨 체킹 (13~17세, 부모 공동 소유)
조건: 부모가 체이스 체킹 계좌 보유 + 그 계좌에 연결
크레딧: 125불 (데빗카드로 60일 내 5회 결제 → 약 15일 후 입금)
개설: 지점 방문 필수, 아이+부모 동석, 아이 신분증 지참, 예약 권장
주의: 6개월 내 해지 시 보너스 회수 / 서류는 지점에 미리 확인
크레딧 금액·기한·조건은 수시로 바뀌니 개설 전 체이스에 확인
미국에서 아이 키우다 보면 이런 건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기 쉽다. 나는 11학년에야 했지만, 막상 열어주니 용돈도 직접 관리하고 카드도 써보면서 돈 감각을 익히는 게 보였다. 늦었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해주면 된다.
체이스 하이스쿨 체킹은 실제로 아이 계좌를 열어보고 쓴 후기다. 계좌 종류·크레딧·세금 관련 내용은 알아본 일반 정보다. 은행마다, 또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시기·개인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류나 절차, 크레딧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만 보고, 실제 개설 전에는 반드시 해당 은행이나 지점에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